러, 10개월 만에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연 8.5%로 - 내달 또 인상할 듯
러, 10개월 만에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연 8.5%로 - 내달 또 인상할 듯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23 0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가 21일 기준 금리를 10개월 만에 연 8.5%로 1%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전의 연 9.5%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군사작전 개시후 서방의 가혹한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요동치는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기준 금리를 9.5%에서 20%로 무려 2배나 올렸다가 단계적으로 인하해 지난해 9월에는 7.5%까지 내려왔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중앙은행은 이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루블화 약세가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이후 경제회복 단계가 거의 마무리됐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텔레그램 캡처

중앙은행은 또 올해 GDP 성장률을 종전의 0.5~2%에서 1.5-2.5%로 상향 조정했으나, 인플레율을 연 5~6.5%로 예상하면서 2024년에는 목표인 4%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백 브리핑에서 "대규모의 소비자 대출과 인력 부족 등으로 공급 대비 수요가 커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루블화 약세를 부추기면서 또다시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는 '악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서방의 제재 강화 등 대외 여건도 여전히 상당한 위험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러시아 루튜브(rutube) 영상 캡처

러시아의 이번 금리 인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6월 초에 열린 금리 결정 이사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0.5%P 인상이 대세였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이날  "0.75%와 1%(포인트) 인상이라는 두 가지 안을 두고 고민했다"며 "미래의 금융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크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인플레이션 위험이다. 러시아의 인플레율이 이미 연 4%를 넘어섰고, 계속해서 상승(5월 2.5%, 6월 3.3%, 7월 3.6%로)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연말에는 연 5~6.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의 인플레 목표 기준인 4%를 훨씬 넘어서는 전망치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인플레이션 촉발 원인에 대해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과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후/편집자) 새로운 생산 라인을 즉각 가동하지 못하고, (지난해 9월 부분동원령 이후/편집자) 필요한 노동력도 제 때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가 지속적으로 공급을 초과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 대한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연금 등 각종 사회복지 지출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켜 올린 것도 수요를 부추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무기 구매와 전쟁 참전 병사들에 대한 특별 보너스 등 직접적인 전비 지출이 급증한 데다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들에 대한 주택담보 대출 보조금 등 시중에 돈이 대거 풀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러시아 은행 창구/바이러 자료 사진

반면, 서방의 제재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줄면서 러시아 무역수지는 크게 나빠졌다. 러시아는 2020년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그 뒤를 따르는 게 루블화 약세다. 올해 상반기(1~6월)에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10.4% 하락했다. 7월에도 루블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그 영향은 아직 상품 가격(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현지 매체 rbc에 따르면 금융 전문가들도 이번 금리인상을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BCS World of Investments의 주식시장 전문가인 미하일 젤처는 "중앙은행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경제 성장의 바닥은 이미 봄에 지나갔고, 시중의 인플레 기대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상품및 서비스에 대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루블화의 약세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소브콤방크의 수석 분석가인 미하일 바실리예프는 "중앙은행이 연 4%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금리인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금리 결정은 3~6분기의 시차를 두고 물가(인플레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금리 인상은 긴축금융 정책의 시작"이라며 "중앙은행이 차기 이사회에서 금리를 연 9%로 0.5%P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의 다음 이사회는 9월 15일로 예정되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