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한 에르도안 대통령, 러시아 소치까지 날아왔지만, 흑해 곡물협정 매듭 못 풀어
마음 급한 에르도안 대통령, 러시아 소치까지 날아왔지만, 흑해 곡물협정 매듭 못 풀어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05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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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X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초청하고, 기대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4일 러시아의 흑해 휴양지 '소치'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최대 격전지였던 남부 '마리우폴'의 아조프(아조우)제철단지에서 결사항전하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아조프 연대' 주요 지휘관 6명을 억류하고 있던 터키가 러시아와 사전 협의없이 그들을 전격 석방한 뒤 이뤄진 첫 만남이다.

소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푸틴-에르도안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두 정상은 확대 정상회담 90분, 단독 정상회담 90분에 걸쳐 '흑해 곡물 협정'의 재개 문제 등 주요 현안들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4일 "두 정상은 소치에서 만나 매우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아조프 연대 지휘관들의 석방 사건은 분명히 잊혀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흑해 곡물 협정' 재개 문제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곡물협정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으며, 모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즉시 실행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서방 측도 제재 완화, 농업 장비·부품 수입 재개, 은행·보험 서비스 연결 등 러시아 곡물·비료 수출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협정 파기를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위)와 단독 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터키의 중재로 '4자 흑해 곡물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활한 곡물및 비료 수출을 위해 서방 측이 대러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서방 측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고, 러시아는 협정에서 탈퇴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유엔과 협의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시안을 준비했다"며 "이견을 좁히면서 곡물협정을 곧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기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대러 제재조치의 해제는 터키나 유엔이 아니라 서방 측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러-우크라 평화 협상에 대한 중재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가 2022년 4월 이스탄불에서 합의된 평화안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기존의 흑해 곡물 협정외에 다른 옵션은 작동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는 사실이다. "대체 옵션은 항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흑해 임시 안전 항로'를 확인한다며, 전쟁 발발 후 오데사항에 발이 묶였던 민간 상선을 계속 흑해로 내보내고 있다. 일부 선박은 안전하게 흑해를 빠져 나왔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제재를 피해 아프리카 등지로 식량과 비료를 계속 수출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러시아가 추진 중인 '제 2의 흑해곡물 협정'을 통해서다. 이 협정은 러시아가 카타르로부터 돈을 받고, 곡물을 터키를 통해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아직 최종 합의되지는 않은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또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에 '가스 허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조만간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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