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트공장, 현지 법인에 매각 완료 - 그래도 남은 의문점 3가지
현대차 상트공장, 현지 법인에 매각 완료 - 그래도 남은 의문점 3가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28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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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하 상트 공장)의 매각 절차가 지난 24일 완전히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이날 러시아 기업 '아트 파이낸스'와 상트 공장 등 러시아 자산(법인명 HMMR)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측은 연방 정부의 외국인투자감독위원회와 반독점청(FAS,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으로부터 HMMR 인수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차 상트 공장의 매각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관심사는 3가지다.
우선, 인수 주체. 현지 언론을 통해 공식 발표된 인수자는 '아트 파이낸스'다. 아트-파이낸스는 지난해 5월 독일의 폭스바겐 칼루가 공장 등 러시아 자산을 사들여 이름을 'AGR Automotive Group'(이하 AGR 그룹)으로 바꾼 법인이다. 그러나 등록된 자본금은 겨우 10만 루블로, 조그만 법인이다.

AGR그룹 홈페이지/캡처

지난해 2월 등록된 이 법인의 대표(지배자)는 러시아에서 폭스바겐 자동차의 현지 조립및 유통 등을 맡아온 '아빌론(홀딩스)'의 사장을 지낸 안드레이 파블로비치다. 그는 2022년 12월 '아빌론' 사장을 그만두고 이 법인을 설립했다. 아트-파이낸스가 처음에 '아빌론'의 자회사로 소개된 이유다.

하지만, '아빌론'은 아트-파이낸스의 현대차 상트 공장 인수 전후, 아트-파이낸스와 AGR 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본금 10만루블의 새우(작은 법인)가 고래(폭스바겐 러시아 자산과 HMMR)들 두 마리나 먹어치운 꼴이다. 아트-파이낸스와 파블로비치 대표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현대차 상트공장(위)와 솔라리스 생산라인/사진출처:유튜브, 현대차

재미있는 것은 현대차 인수 완료를 선언한 주체는 또 아트-파이낸스가 아니라 'AGR그룹'이었다는 사실이다. AGR 그룹은 지난 24일 현대차 자산(HMMR)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연방 정부의 외국인투자감독위원회와 반독점청(FAS)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수 주체는 아트-파이낸스인가? AGR그룹인가?

이 대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AGR그룹이 현대차 러시아 법인에서 오래 근무한 알렉세이 칼리체프 현대차 상무(러시아법인 사업 총괄)를 전날(23일) 신임 CEO로 영입했다는 소식이다.

칼리체프 신임 CEO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 1월까지 현대차 러시아·CIS권역본부에서 근무한 '현대차 맨'이다. 현대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브랜드의 러시아 마케팅 전략을 수행했으며, 지난 2017년 현대차 러시아법인 사업 총괄에 선임(상무)됐다. 모스크바국립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칼리체프 CEO는 2000년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전문가로, 유럽기업협회(AEB)의 자동차 제조업체 위원회 위원장이자 러시아 산업및 기업가 연합(우리의 한경련 격) 이사회 회원이다. 

AGR그룹 새 CEO로 발탁된 칼리체프 전현대차 상무/사진출처:유튜브

그가 현대차 인수 시점에 맞춰 AGR그룹의 새 CEO로 발탁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현대차 상트공장과 AGR 그룹을 '통합'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 현대차가 상트 공장의 매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판매된 차량에 대한 보증과 A/S 등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칼리체프 CEO를 인수자인 AGR그룹과의 '소통 라인'으로 꽂아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2년 뒤 현대차의 '바이백 옵션' 행사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재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상트 공장이 재고로 남아 있는 부품으로 조립한 자동차의 브랜드도 궁금하다. 현대차 상트 공장에서는 그동안 소형세단 '솔라리스'(국내명 액센트)와 크레타, 기아 '리오'을 주로 조립해왔다. 이미 '솔라리스'와 '리오'가 매일 6~8대 조립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조립된 차량이 시장에서 현대차로 팔릴 것인가? 아닐 것이다. 현지 자동차 전문 텔레그램 채널은 '솔라리스'라는 브랜드로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솔라리스' 엠블렘을 단 사진도 공개됐다. 

'솔라리스' 엠블렘 차량/사진출처:텔레그램

현지에서는 현대차가 '솔라리스' 상표권 사용 권한을 '아트-파이낸스'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상트공장에서는 일부 부품의 지원을 받을 경우, 앞으로 약 7만 대 가량의 차량 조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적지 않는 물량이다. '솔라리스'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까지 크레타와 함께 현대차의 러시아 공략을 주도하던 모델이다.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기아 리오, 현대차 크레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판매대수는 6만1061대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1, 2위 브랜드를 러시아에 넘길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솔라리스'의 러시아 이전은 가능해 보인다. 

이같은 의문들에 대해 현대차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현지 매체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지난 19일 현대차 측에 상트 공장의 향후 생산 활동및 운영 방향에 대해 질의했으나, 현대차 측은 이미 'HMMR 지분 전체를 매각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현대차 측이 아트-파이낸스에 부품을 계속 공급할 가능성이나 새로 등록될 브랜드(솔라리스 사용 여부)에 관한 질의에 현대차로부터 "더 이상 법적 권한이 없는 법인의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타스 통신은 밝혔다. 또 상트 공장에 남아 있는 부품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산 23만대 규모를 갖춘 상트공장은 현대차의 핵심 해외 생산 거점 중 하나였다. 지난 2022년 3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가동을 중단해오다 결국 지난해 12월 19일 AGR 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2년 후 바이백을 조건으로 1만 루블(약 14만5000원)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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