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조치로 운명이 엇갈린 두 올리가르히
대러 제재 조치로 운명이 엇갈린 두 올리가르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0.09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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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파스카와 아브라모비치, 영국 비즈니스에선 같은 신세,
미국에선 한쪽은 웃고, 한쪽은 울고.. 알짜 부동산 지키려면

러시아를 대표하는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올레그 데리파스카. 각각 영국 프로축구 구단 첼시 구단주로, 세계 2위의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소유자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에 속하지만, 최근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미국과 영국 등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대 러시아 제재 조치에 속절없이 휩쓸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진행 과정과 결과를 보면 같은 듯 다르다. 서로 엮긴 것도 있어 재미있다. 
데리파스카 회장이 먼저 미국의 폭탄을 맞았다. 미 재무부가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핵심)과 그 기업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자 데리파스카 회장이 소유한 '루살'의 주가는 폭락하고, 공급 부족 우려에 빠진 알루미늄의 국제 가격은 폭등하는 등 국제 알루미늄 업계가 휘청거렸다. '루살'의 파산 위기에 몰린 데리파스카 회장은 '루살'의 모회사인 영국 소재  'EN+'의 그레그 바커 회장과 만나 'EN+'에 대한 보유 지분 50% 이하로 줄이는 방식으로 '루살'의 지배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정계 결탁' 스캔들을 몰고온 데리파스카 회장의 요트 여행
'정계 결탁' 스캔들을 몰고온 데리파스카 회장의 요트 여행

 

비슷한 시기에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영국 입국 자체가 막혔다. 그는 원래 영국 내 기업에 200만 파운드(29억 원)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 40개월간 체류를 허가하는 '특별 비자'를 갖고 있었는데, 올해 초 비자 갱신을 거부당했다. 영국에 들어가기 위해 지난 5월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스라엘 시민권까지 취득했으나, 영국내 비즈니스 활동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급기야 첼시 구단의 매각설까지 흘러나왔다. 아브라모비치에게 첼시 구단은 영국의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티켓이자, 영국에서 일궈낸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아낌없이 첼시 구단에 투자한 이유다. 그런 첼시 구단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니, 기가 막힐 느릇이다. 데리파스카 회장이 루살 경영권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미국 뉴욕의 '알짜 부동산' 소유에서는 두 사람의 운명이 서로 엇갈렸다. 미 정부가 '루살'의 지배권을 포기한 데리파스카 회장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한 뒤, 유럽내 비즈니스 일부를 더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잇따라 나왔다. 

미 뉴욕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데리파스카 회장의 자산 동결 목록에는 뉴욕 맨해튼과 워싱턴에 있는 부동산도 포함됐다고 한다. 그는 자산 압류에도 불구하고, 미 당국과 담판을 벌인 끝에 그의 자녀들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전 처인 다리야 주코바는 맨해튼 이스트 사이드 64번가 건물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모델 출신인 주코바는 1년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헤어진 뒤 현재 'Garage'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미주한국일보 캡처
미주한국일보 캡처

 

공교롭게도 미 정부에 의해 동결된 맨해튼 이스트 사이드 64번가 11번지 건물은 이미 지난 9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의해 전처 다리야 주코바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브라모비치와 데리파스카 사이에 이 부동산의 소유권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거나, 묵시적인 이면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 뉴욕 타임스도 아브라모비치가 총 9천만 달러짜리 부동산을 전처 주코바에게 넘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또 맨해튼 75번가에 있는 타운하우스 4개를 대형 맨션 하나로 리노베이션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러시아 언론 eg.ru 은 지난 2일 아브라모비치가 맨해튼 타운하우스를 리노베이션해 전처 주코바에게 줄 것이라며 두 사람이 다시 합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그 이유로 두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전처가 최근 모스크바서 개최한 현대예술 전시회 'Garage, 가라쥐' 에 나타나 그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손님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또 아브라모비치가 헤어진 여자들에게 '통 큰' 선물을 안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주코바에게는 맨해튼 건물을 준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 eg.ru 캡처
러시아 eg.ru 캡처

 

맨해튼 부동산 소유 혹은 이전에 관해 미국과 러시아 언론의 보도는 약간 서로 엇갈린다. 하지만 데리파스카 회장이 소유한 건물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거쳐 전처 주코바에게 넘어가든, 기존의 아브라모비치 건물이 전처 주코바에게 넘어가든, 두 사람의 운명은 미국에서 '흥하고, 쇠하는' 길로 분명히 갈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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