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의 반격작전 한 달, 얻은 것과 잃은 것 - '나토 정상회담'이 두렵다?
우크라군의 반격작전 한 달, 얻은 것과 잃은 것 - '나토 정상회담'이 두렵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0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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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가 국방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장관급) 올렉시 다닐로프가 4일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의 변경을 발표했다.

러시아 매체 rbc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에 따르면 다닐로프 서기는 이날 SNS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임무가 아니라, 러시아 군사력을 고갈시키는 것"이라며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 연료및 탄약고, 지휘소, 포병, 방공망을 최대한 파괴하는 게 첫번째 과제"라고 썼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가을 반격 작전에서 큰 전과를 올렸던 '하르코프'(하르키우), '헤르손' 전투와 비교했다. 하르코프의 경우 기습 공격으로, 헤르손은 정면 공격보다는 러시아군의 보급망을 차단하는 작전으로 러시아군이 물러나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하르코프식 반격에서 헤르손식 작전으로 변경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닐로프 우크라 안보회의 서기/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하지만, 지난해 가을과 달리 러시아군은 최근 몇 달간 주요 반격 루트에 강력한 방어 요새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변경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변경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6월 30일 이미 지적한 바 있다. WSJ은 "정면 공격이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군은 멀리서 러시아 방어선에 대해 정밀 타격을 가하고 있다"며 "포격으로 러시아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보급선을 차단한 뒤 기갑부대를 앞세워 방어 요새를 서서이 장악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영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로 아조프(아조우)해의 항구도시 베르댠스크와 크림반도 등 후방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하고, 최전선의 지뢰밭과 러시아 포병및 탄약고, 전자전 시스템 등을 파괴하기 위해 재래식 무기를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작전 변경이 공식화된 4일은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반격 개시 한달이 되는 날이다. 주요 외신들이 최근 집요하게 우크라이나군 수뇌부에게 반격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물었던 이유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군사작전 총책임자(최고 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그같은 질문에 전에 없이 짜증을 냈다.

러시아 바그너 용병들의 군사반란이 일어났던 지난 6월 24일, 예르마크 대통령실장(가운데 민간인 복장)과 잘루즈니 군총참모장(예르마크 왼쪽) 등 우크라군 주요 군수뇌부 인사들이 전략회의 후 찍었다고 공개한 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지난 6월 30일 미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느린 진격 이야기에 이젠 짜증이 난다"며 "우리는 피를 (흘리는) 대가로 1m씩 전진하고 있으며, 여전히 첨단 무기와 전투기가 부족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서방측(나토)에서는 반격 작전이 끝날 때까지, 혹은 올해 연말까지 미국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제공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스트라나.ua는 4일 "남쪽에서 우크라이나 공세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며 "성공할 경우 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크라이나군이 남진해 아조프해에 도달하면,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러시아의 육상 통로(보급로)를 차단하고, 주둔 러시아군을 포위하거나 크림반도로 밀어낼 수 있다. 나아가 크림반도를 오가는 러시아의 물류 전체를 포 사정권 안에 두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자포로제에서 시작되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루트(파란색). 아조프해에 다다르면 붉은 색의 러시아군은 두 쪽으로 갈라진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원전은 NYT 

◇ 우크라 반격 작전 한달간의 전과

지난 한 달간의 공세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이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을까?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그 어느 부문에서도 근접하지 못했다는 게 스트라나.ua의 평가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양측 모두 반격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주력부대를 전장에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4개 방향으로 반격을 해왔다.
스트라나.ua의 진단에 따르면 자포로제주(州) 서쪽 '로브코보에(Лобковое)-퍄티하토크(Пятихатки)'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은 약 5km 전진했다. 두 마을을 점령했다고 하지만, 많은 자료에 따르면 아직 '공방'중이다.

이 전선의 공격 목표는 두가지다. △바실리예프카로 진격해, 거기서 드네프르강 동안(東岸)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후방을 공격하거나 △바실리예프카에서 핵심 전략 요충지인 토크마크로 바로 짓쳐 내려가는 것이다. 드네프로강 동안으로 접근하는 것은, 최근 물이 빠진 카호트카 댐 저수지를 건너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이 있는 에네르고다르로 공격하는 시나리오와 맥이 통한다. 

또 다른 전선인 '베르보보예(Вербовое)-라보티노(Работино)' 라인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크게 진전하지 못했다(약 3km 정도). 라보티노를 통해 토크마크로, 나아가 아조프해 핵심 항구도시인 '멜리토폴', '베르댠스크'로 진격하거나, 베르보보예를 통해 폴로기(Пологи)로 내려가 러시아군 후미(後尾)를 때리는 시나리오다. 

우크라이나군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전선은 '도네츠크주(州) 벨리카야 노보셀카(Великая Новосёлка)-자포로제주 브레메프카(Времевка)'이다. 러시아 방어선 깊숙이 9~10km 전진하여 여러 마을을 해방했다. 러시아군도 급거 이 지역에 대한 군사력 지원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막기 위한 러시아군 방어 요새(위)와 러시아군의 방어전략/사진출처:스트라나.ua

하지만, 러시아의 주요 방어요새는 아직도 약 12km를 더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의 하천과 늪지대 등 자연 장벽에 의지해 방어요새를 멀찌감치 구축했기 때문이다. 공격루트는 아조프해 베르댠스크로 향한다. 주요 목표는 개전 초기 최대 격전지였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과 자포로제주 러시아군 점령 지역 간의 육상 연결을 차단하는 것. 아직도 70~80km는 더 진격해야 가능한 목표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가 우크라이나군의 4번째 '반격 루트'로 지정한 '굴랴이폴레(Гуляйполе)~도로쥐냔카(Дорожнянка)' 전선은 궁극적으로 '폴로기' 점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군의 뒤쪽을 치기 위해서다.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로쥐냔카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전투도 그리 격렬하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느린 이유로 5가지를 들었다. 우선 러시아의 강력한 방어 요새. 넓은 지뢰밭에 들어선 우크라이나군 기갑부대의 움직임이 느려지면, 러시아군은 헬기와 드론 '랜싯' 등을 동원해 타격에 나선다. 후방의 포병도 가세한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상황(위)와 지점/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한 때 공격 전술을 변경해 장갑차 호위를 받지 않는 보병 소그룹으로 공격에 나섰으나, 병력 손실만 커질 뿐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같은 공격 전술은 러시아 용병 부대 '바그너 그룹'이 격전지 '바흐무트'를 공략할 때 사용한 것으로, '바그너 그룹'도 당시 큰 병력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또 러시아군의 군사력(병력과 무기)이 '반격 루트'의 전방에 집중돼 있다. 공격 중에 급습을 당한 지난해 가을의 하르코프 전선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의 3중 방어작전은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버겁다. 

우크라이나군 수뇌부는 미 F-16 전투기 등 항공전력의 부족을 진격 부진의 주요 이유로 든다. F-16 전투기는 러시아 전투기나 공격용 헬기 등의 운용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의 열세도 마찬가지다. 반격 직전까지만 해도, 드론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우위가 점쳐졌으나, 아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정찰과 타격, 모든 부문에서 드론의 열세를 절감하고 있다. 러시아의 소형 드론 '란셋'은 격추도 어렵고 위협적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또 중국으로부터 '민간 드론'을 대거 구매해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우크라이나군은 구매 자체가 어렵다고 불만이다. 미 행정부 역시, 우크라이나의 중국 드론 구매에 부정적이다.

러시아군의 돌격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사기다. 크림반도에서 동원되거나 자원 입대 병력으로 구성돼 '점령지 방어 의지'가 매우 강하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공격에 나서는 이들은 '한치의 땅도 우크라이나에 넘겨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하르코프와 헤르손 반격 작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그나마 나토(NATO)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롭 바우어 제독은 우크라이나군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은 나치독일군의 방어 요새를 돌파하는데 7~10주가 걸렸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더 빨리 진격하지 않는다고 비난받거나 압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옹호했다. 

◇ 향후 전망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향후 며칠간 더욱 거셀 것으로 짐작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이 열리기 전까지 반격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고 지난 2일 솔직하게 말했다. 아직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주력군이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다닐로프 안보회의 서기가 반격 작전의 변경을 선언한 이상, 주력군이 곧바로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력을 어느 정도 약화시킨 뒤, 결정적인 국면에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라나.ua가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작전이 지난해 '헤르손 해방작전'처럼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러시아의 병력및 군사물품 보급이 이제는 육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드네프로 강을 건너야 했던 헤르손 전투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드니프르 강을 건너는 '제 2의 남부 전선'을 열 수가 있다. 카호프카 댐 저수지를 넘어 '에네르고다르'를 공격하는 것과 헤르손의 드네프르 강을 건너는 방안이 거론된다. 둘 중 한 곳에서라도 돌파구를 마련하면, 러시아는 다른 전선에서 병력을 끌고와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카호프카 댐의 붕괴로 저수지의 물이 얕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계속 러시아의 '자로포제 원전' 폭파 가능성을 거론하는 걸 보면, 유력한 공격루트로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군 탱크/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스트라나.ua는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가 무한정 반격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한두 달의 전투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크라이나에는 또 가을비가 시작되고 땅이 진창으로 변하면서(라스푸티차 현상) 주요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전투가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서방의 추가 지원은 이번 반격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지적한다. 지원이 끊기면 어쩔 수 없이 '한국 시나리오'(한국전 종전 방식)에 따라 러시아와 평화협상에 나서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1991년 국경으로 '영토 수복'을 외쳐온 젤렌스키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항복한 배신자'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스스로 만든 반격 작전에 대한 국민의 높은 성공 기대치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당국자들은 그동안 "우리는 봄이 끝나기 전에 크림반도에 들어갈 것"이라고 큰소리쳤고, 이미 거짓말이 됐다. 여기에 성과 없는 반격 작전이 길어지면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 전쟁 피로감이 높아지고 '반대 시위'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러시아군은 이 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 당시 로스토프에 진입한 바그너 용병들/텔레그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한 요인도 아직 남아 있다. '바그너 용병'들의 6·24 군사 반란 후유증이다. 군사반란 전후 키예프(키이우)는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의 언행에 박수를 보냈다. 그의 반란은 러시아를 혼란과 무정부 상태에 빠뜨리고, 전쟁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예프의 간절한 희망은 하루만에 끝났다. 최전선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남은 기대는 프리고진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크렘린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넘어가면서 러시아에서 완전히 해체되기 전까지, 러시아와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주(州)의 '후방 캠프'에 머물고 있을 때까지는 6·24 군사반란의 반복은 가능하다"고 했다. 진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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