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IZ와 한러 핫라인 설치는 서로 충돌하는 이슈인데..
KADIZ와 한러 핫라인 설치는 서로 충돌하는 이슈인데..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19.10.27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러 합동군사위 서울서 이틀간 회의, 핫라인 설치에 매달렸지만, 별무 성과

한국과 러시아 군이 항공기간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직통전화) 개설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했던 결과다. 

우리측은 23, 24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제9차 한러 합동군사위원회를 열었다. 남완수(공군 준장) 합참 작전3처장과 러시아군 준장급 간부가 양측 대표로 나섰다. 우리측은 군사위 개최 전날 러시아 군용기 6대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을 거론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핫라인 설치도 그 대책의 하나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측은 우발적 충돌 방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핫라인 설치 등을 위한 MOU 체결 문제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가 앞으로도 KADIZ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최근 한국 3면의 바다를 헤집고 다닌 러시아 전략폭격기 Tu-95 /얀덱스 캡처

 

러시아는 국제법상으로 공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공식별구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반도 주변을 물론이고, 지중해와 카스피해, 북극해, 태평양 등 광범위한 지역을 순찰비행하는 러시아 공군이 KADIZ를 인정하는 순간, 일본방공식별구역 등 서방 측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설정한 다양한 제한구역 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러시아 군을 대하는 우리 측의 자세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만 하다.

물론 러시아도 주변국과 쓸데없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냉전시절, 영공 침범과 우발 충돌을 막기 위해 서방측이 임의로 설정해놓은 방공식별구역까지 인정하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동북아 지역에서 자유로운 비행경로를 확보해야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회의보다 한 단계 높은 한·러 장성급 군사교류회의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고위급 채널이 가동돼야 직통전화 개설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인 판단이다. 

양국간에 핫라인 설치 논의는 지난 2004년 시작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핫라인 설치를 위한 MOU 내용까지 협의했다고 한다. 마지막 걸림돌은 역시 KADIZ로 보인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한국과 중국의 해·공군 간 핫라인 설치까지는 5년이 걸렸다. 2003년 11월에 논의를 시작한 후 2007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 간 합의 등을 거쳐 2008년 11월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핫라인 설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군기는 KADIZ 무단 진입을 자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당시에도, 중국 공군기는 러시아측과 합동 비행훈련 중이었다. 

설사 러시아와 핫라인을 설치하더라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공군기가 지금처럼 사전통보없이 KADIZ를 수시로 무단진입한다면, 핫라인이 무슨 의미를 갖게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문서로 일단 받아놔야 한다면 외교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