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군기, 또 우리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 러북 공동비행훈련중에 일어난다면?
러시아 공군기, 또 우리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 러북 공동비행훈련중에 일어난다면?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10.23 0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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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반복이다.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고, 대응 공군기가 뜨고 러시아측에 항의하고, 러시아는 국제법을 준수한 정상적인 비행이라고 반박하고.. 그러다가 지난 7월에는 독도영공을 침입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러시아 군용기가 22일 오전 9시23분쯤 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의 공중 조기경보 통제기 1대가 울릉도 북방 KADIZ 외곽을 선회 형식으로 비행하며 두 차례 무단 진입했다고 합참측은 밝혔다. 뒤이어 한시간쯤 지난 10시 41분쯤, 전략폭격기 TU-95 2대가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SU-27(러시아측 발표로는 Su-35S) 1대의 호위를 받으며 울릉도 북방 KADIZ를 넘어왔다. SU-27은 28분 만에 돌아갔지만 TU-95는 남하를 계속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러시아측은 조기경보기가 먼저 주변 상황을 파악한 뒤, 주력 폭력기가 출현하는 공격형 비행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어 TU-95 폭격기는 동해에서 남으로 내려와 남해를 훑은 뒤 서해 KADIZ쪽으로 무단 비행했다. 합참측 발표에 따르면 TU-95폭격기는 충남 태안 서쪽까지 비행한 뒤 낮 12시 58분에 KADIZ를 이탈했다가 40여분 뒤 이어도 서쪽 KADIZ로 다시 진입했다.

그리고 왔던 경로를 거슬러 비행한 TU-95는 마중 나온 SU-27 2대와 울릉도 북동방에서 합류한 뒤 오후 3시 13분에 KADIZ를 최종 이탈했다. 5시간 50분 동안 KADIZ를 자기네 안방처럼 드나든 것이다. 

우리측의 대응은 똑같다. F-15K 등 공군 전투기 10여 대가 대응 출격해 러시아측 폭격기가 더 이상 우리 상공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합참은 "우리 군은 울릉도 북방에서 미상항적 포착 시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과 경고방송 등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용기들이 비행 훈련 중 KADIZ 전 지역에 진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방공식별구역 무력화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참은 "러시아 군용기가 이날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횟수는 총 4회"라며 올해 전체로 보면 모두 20회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측에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곤혹스러운 것은 러시아의 이번 KADIZ 진입이 한국 군 당국과 직통전화(핫라인) 설치 등을 위한 양국 간 합동군사위원회 개최(23, 24일) 전날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리 측은 합동군사위원회에서도 다시 한 번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할 방침이지만, 러시아측의 반응은 과거와 다를 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KADIZ 등 한국과 일본 등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측은 합동군사위에서 '영공 침범이 아니면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일 게 분명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미 성명을 통해 "일본해(동해)와 서해, 동중국해의 중립수역 상공에서 정례 비행을 했다"며 "국제 규범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는 이날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도 여러 차례 무단 진입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들도 여러 대가 긴급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측은 전략폭격기 비행에 호위용 전투기까지 붙인 이번 기동훈련에 우려를 표시한다. 지난 7월 영공 침입 당시,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가하니 아예 호위 전투기를 대동한 게 아니냐는 것.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동해에서 남쪽을 거쳐 서해까지 비행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선언 이후 한·미·일 삼각 공조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자 러시아가 시험적 도발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 군은 23일 서울에서 시작되는 양국 합동군사위에서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대한 비행 정보 교환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러시아측이 응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관례라고 주장하지만, 한미일 3국의 일방적인 요구로 러시아측은 받아들인다. 

지난 7월 우리를 놀라게 한 러시아 경보기의 독도 영공 침범은, 러시아와 중국군의 공동 비행 기동훈련 중에 일어났다. 혹여, 북한과 러시아군이 합동 비행훈련을 하면서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둬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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